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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은사님

킹덕 2022. 10. 28. 13:26

중학교때 나는 전교에서 바닥을 기어가는 친구들과 나란히 발을 맞춰 행진을 했었다.

남들보다 큰 체격과 남들보다 큰 장난기는 불량스러운 학생을 떠올리게했었는지 나를 좋아하는 선생님보다는 싫어하는 선생님이 압도적으로 많은 시절을 보냈었다.

중학교 1학년때는 불법서클을 만들었다는 오해를 받아 끌려가서 죽도로 엉덩이를 맞거나 복도를 아무생각 없이 걷고있는 나를 잡아세워 욕을하며 머리를 쥐어박는 선생님도 있었다.

사실 나는 낯선 중학교에 힘들게 적응하며 사냥감이 되느냐 사냥꾼이 되느냐의 기로에서 떨고있을뿐이었다.

그렇게 다소 억울한 1학년을 보내고 2학년이 되었을때 나는 가장 무섭고 짜증나는 선생님의 반에 들어가게되었다. 그 선생님은 매일 나머지 공부를 시키고 매일 방과후 상벌을 내리며 체벌을 하는 선생님으로 유명했었다.

당연하지만 여느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그 선생님이 막연히 싫었고 2학년이 시작되기전까지는 반을 바꾸고싶다는 생각을 하고있었다. 나는 매번 선생님들의 눈밖에 나서 혼나지않을 상황에 같이 혼나야했고 오해에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에 지쳐가고있었는데 최악의 선생님을 만나게 될거라고 생각했던거 같다.

학기가 시작되고 이 선생님은 정말 소문으로 듣던것보다 더 심하게 학생들을 조여왔다. 모든 과목 선생님과 대화를 하며 수업중 장난을 치거나 이상한 짓을 하거나 숙제를 안하거나 한 모든 친구를 추려내어 방과후에 자신의 잘못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고 하지않았던 숙제와 다음날해야할 숙제를 학교에서 끝내야지만 집에 갈 수 있었다.

어찌보면 괴로울 수 있었던 시간이지만 나는 행복했다. 처음으로 색안경을 끼지 않고 나를 봐주신 선생님이셨다. 나는 내가 잘못한 행동만을 가지고 혼났고 그 외에 일들로 나를 의심하지 않는 선생님에 만족하고있었다.

나는 솔직히 말하면 공부도 못하고 숙제도 않해오는 혹날만한 녀석이였지만 선생님의 기다림은 나를 공부하게 하고 노력하게 했다. 초등학교때부터 중학교때를 통틀어 해보지 않았던 공부를하고 숙제를 했다.

숙제를 해도 남들처럼 제대로 하는게 아니여서 혼나기도했지만 그때마다 담임선생님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방법일지만 알려주시고 왜 이렇게했냐며 혼내지않으셨다. 그런 관심은 나에게 너무나도 힘이되었다.

바느질로 주머니를 만드는 과제가 기술가정이라는 수업에서 가장 큰 점수를 주는 수행평가였는데 이때 많은 친구들은 부모님께 부탁을 하거나 해서 빠르게 성과를 내고있었고 나는 내 손으로 끝까지 투박하게 그 주머니를 완성했다. 마지막까지 노력한 나의 주머니는 모양도 모양이지만 완성했음에도 구멍이있는 말도안되는 주머니였다. 마지막 수업날 자신의 주머니를 아이들 앞에서 발표? 자랑? 을 했어야했고 나도 아이들 앞에 서서 내가 만든 주머니를 보여주고 열심히 무슨 바느질로 입구를 바느질했고 마무리를 어떻게 했는지 설명하고 내려왔다. 솔직히 나는 내가 끝까지 한걸로 만족을했었는데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만점을 주셨다. 다른 친구들은 내 주머니의 모양과 상태를 비난하며 점수가 높다고 비난했다

"끝까지 노력했기 때문에 만점이다"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생각해보면 그때 나보다도 잘만들었지만 결과물이 시원치않은 친구들이 많았다. 그들은 자신의 작품이 만점짜리가 아님을 짐작했을것이고 그 친구들은 발표할때 대충 얼버무리거나 뻘소리를 하고 내려가 버렸다. 나는 그래도 선생님이 시킨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만든과정을 설명했고 선생님께서는 그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던게 아닐까 생각한다. 

내 학창시절 기술가정이라는 수업은 중요한 수업이 아니었다. 이걸 잘해야 고등학교를 좋은곳으로 간다거나 점수의 비율이 높아서 전체 석차를 대변하거나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은 설렁설렁하기도 하고 별 생각 없을 수 있지만 나에게 기술가정이라는 수업은 중학교 시절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수업이었다. 지금의 나의 생각을 만들고 나라는 사람의 중심을 잡게 해준.. 

나는 이날의 뜨거움을 잊지 않는다. 내가 뭔가를 도전하고 시도할때 남들과 다른 결과에 좌절할때면 항상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 끝까지 노력했기 때문에 만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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