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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활동/-일상

슬픔

킹덕 2022. 3. 28. 08:18

횡단보도에 위축되어있음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주변 여자들보다 큰 덩치의 여자를 보며 내 친구가 생각났다.
나의 친구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보다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덩치에 비해 여리고 덩치에 비해 소심하고 덩치에 비해 약했다. 내가 오랜 시간 그 친구를 보면서 느낀 건 이런 외모가 아니었다면 이 친구가 받는 여러 가지 공격성 짙은 물음들이 없었을 거라는 거였다. 그 나이의 어느 누구처럼 사랑을 하고 사랑을 갈구하고 그러기 위해 단장하고 그 모든 것들이 그의 덩치에 가려 우스운 사람이 되어만 갔다. 그가 그 덩치로 인해 덕을 못 본 거라고 하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후덕한 인상과 큰 덩치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건네주어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들과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고 그저 웃기만 하면 사람들은 그 친구가 마냥 착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의 문제는 처음은 쉽고 가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 친구는 생긴 거만큼 착하지 않고 생긴 것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은 그런 그의 외모만 보고 가지고 있던 기대치를 친구에게 던진다 그럼 그 친구는 자신이 원하지 않던 기대치에 치어 관계를 망친다. 20년간 이런 상황이 매번 반복되었다.
이 친구의 연애도 참으로 고달팠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외모를 이용해 쉽게 친구가 되지만 연인이 되기에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한창일 나이에 이 친구는 항상 술을 먹으며 푸념을 했었다. 남들처럼 자신의 연인과 손을 잡고 길거리를 거니는 게 자신의 소원이라고 했었다.
말이 길어졌지만 오늘 횡단보도에 서있던 여자분이 내 친구와 비슷한 체형을 갖고 있었다.
나는 신호대기의 짧은 시간동안 친구의 이야기가 스쳐지나갔고 여성으로서의 그 삶은 더욱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힘듦이 그저 횡단보도를 건너기위한 기다림마저 그녀를 위축시키고있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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